[침묵의 미술관]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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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일이 잘 안 잡혀서, 엄마가 생각이 많아졌어. 네 생각을 좀 해보니까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고, 사랑 받지 못했던 그 시절이 생각났었어. 내가 어느 새 우리 엄마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내가 너에게 그렇게 돈만 생각하며 행동했더라. 너를 알아주지 못하고 때려서 진심으로 미안하다, 서인아. 쉽지 않겠지만, 나를 용서해주겠니?


엄마는 나에게 좋아하는 반찬들을 차려주며 말했다.


용서라. 내가 과연 엄마를 용서할 수 있을까?


나는 망설임 하나 없이 입을 열었다.


- 엄마를 당장 용서하라고 하면 힘들 거 같아. 여전히 쌓인 게 많이 있고, 앞으로도 엄마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날이 올까봐, 엄마와 격하게 싸운 그런 날이 다시 올까봐 무서워. 하지만, 나도 엄마에게 잘한 거 없다고 생각해. 그저, 내 마음을 알아주기만 하면 됐어. 다음부터 내 마음을 고려해준다고 한다면, 천천히 그 날을 잊으며 용서할게. 그리고 나도 엄마를 때려서 미안해.


내가 말을 마치자, 엄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갑자기 밥을 먹으며 울기 시작했다.


- 왜, 왜 울어?

- 그런 말 해줘서, 너무 고마워서...

- 밥 먹는데 울지 마! 괜히 나도 눈나잖아...


두 사람은 자기들이 제일 좋아하는 밥상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 서인아, 그래서 말인데...우리 이사 갈까?

- 갑자기 웬 이사?

- 엄마가 승진으로 이제 연봉이 올랐고, 저축한 게 있어서 더 좋은 집으로 이사 갈 수 있을 거 같아. 네가 마침 그 아저씨가 좀 무섭다며. 보안 시설도 철저하다고 하니까 이사 가자.

- 좋아! 우선 나 학교 빨리 갔다올게.

- 수업 끝나면 데리러 갈게. 조심히 다녀 와.


다녀오겠습니다!




스토리텔러 : 김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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