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미술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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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작품이라고요?

-네. 이서인를 위한 작품입니다. 작품이라기보단 그림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이해하기 쉬울까요?

 

안내원의 말을 듣고 나는 그림을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이건 그림이라고 하기보다는 백지 잖아.

미완성 작품이잖아. 이걸 작픔이라고, 미술관에 걸어들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이것도 무언의 예술인가 싶었다. 예술은 점 하나 찍어 놓고 판다는 말도 있으니

 

이것도 그런 류 중의 하나인가 싶었다.

 

액자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안내원이 내 옆에 다가왔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곧 보일 거예요. 당신이 이 이야기의 결말에 도달하게 될 때.

-네?

 

이야기의 결말에 도달하게 될 때라니.

의미 모를 말에 안내원을 봤다.

 

안내원은 그냥 웃고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지 않으면 뭐라고 말할 것 같지 않았다.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지, 나는.


뭐라도 말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할 때, 안내원이 나를 밀었다.


잘 밀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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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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