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미술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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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곳은 미술관 인 것 같다. 

잠깐, 내가 왜 미술관에 있는 거지?

나는 미술과는 거리가 멀어서 이런 고급스러운 미술관에, 더욱이 혼자 올 리가 없다.

친구들이 제발 가자고 가자고 해도 안 온 곳이 미술관이었는데.


진짜 술 마시고 여기 온 건가...

전혀 본 적도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그림에 머리를 긁적였다. 이러다가 도둑으로 몰리는 거 아냐? 그건 싫은데…


아니지. 설마 나 납치 당한 건가? 누군지도 모를 사람한테, 영화처럼 인질이 된 건가?


여러 생각을 해봤지만 나오는 답은 없었다. 당연했다. 내가 가진 정보는 한정되어 있고 날 데려온 상대방의 의도를 모르니까.

가만히 있기보다는 움직이자 해서 일어났다. 


돌아다녀 보고 내 눈에 보이는 건




누가봐도 나 미술관이에요. 라고 주장한다.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은 노란색의 해바라기뿐이다. 미술책에서 하도 보여서 저건 기억하고 있다. 저 옆에 파란 건... 뭐였더라 별 헤는 밤이었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의자에 앉았다. 아무도 없다. 폐관 시간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이미 문을 닫은 건지는 모르겠다. 여기서 소리치면 내 목소리가 되돌아오거나 귀신이 답할 것 같다. 아니면 납치범이라던가.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니 어디선가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구두 소리다.


납치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보통 사람을 납치하는데 미술관에 데려오지는 않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고 걸음을 옮겼다. 납치범이 아니길 바라는, 그런 작은 확률을 위해.


납치범이 아니라면 도둑으로 몰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딘지도 모를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차라리 해명을 하자. 미술관이니까 cctv정도는 있을 거 아냐.

 

침을 삼켰다. 점점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가 왠지 모르게 섬뜩하게 들렸다. 각오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몸은 떨린다.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는 바로 내 앞에서 멈췄다.

한 코너만 돌면 발걸음 소리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심호흡하고 앞으로 가려고 하는 순간,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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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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