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미술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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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었다. 아니? 밀렸다?

아니 밀렸다. 나는 눈을 감았고 뭔가 말랑말랑한 게 만져지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만져진다기 보다는 그게 내 몸을 감싸는 느낌에 더 가까웠을 거다. 막에 가까운 느낌을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조금 신기한 분위기였다.


눈을 뜨고 주변에 보인 건

 

?

흔하게 볼 수 있는 방이었다. 어딘가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았다.

어딘가에서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런 방 구조는 흔하니까.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물 컵        의 자        침 대

웅 덩 이   옷 더 미 

  칼        신 문 지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어디에 있는 거지? 난 방금까지 미술관에 있었는데?

주변을 둘러봐도 볼 수 있는 건 미술관과는 거리가 다른 방밖에 없다.

누군가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의 방.


주변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저것밖에 없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눈에 보이는 저것들인데. 만졌다가 무슨 일을 당하기 싫어 가만히 있었다.

 

그때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이서인 씨. 생각해보니 아무런 설명 없이 보내버린 것 같아 짧게 설명해주려고 합니다이서인 씨는 그곳에서 조사 를 해주시면 됩니다. 그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방주인은 무얼 하고 다녔는지를요. 간단하죠?

 

간단하겠냐고.

저것들을 만지면 무슨 일이 있을 줄 알고 만져.

불안한 생각을 하며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소리가 들렸다.

 

-그곳에서 그 무엇도, 이서인 씨를 해칠 수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진행해주세요. 가만히 서 있으면 지루하잖아요? 진행되는 것도 없고요.

 

이 말을 끝으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끊긴 건 아니었다. 단지 건너편에서 아무 말도 안하고 있을 뿐이다. 이정도로 고요해도 되는 건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어차피 저쪽에서 끊든 주머니에 있다가 끊기는 둘 중 하나다. 그리고 여기를 조사하다가 들리는 소리가 있어도 어차피 상관없다.


일단은 뭐부터 찾아야 하지. 책상? 의자? 봐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일단은 아무거나 잡았다.




스토리텔러 :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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