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미술관]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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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에서 손을 떼자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없는 방. 이곳에 숨쉬고 있는 생명체는 나밖에 없다. 아니 있다고 해도 방금처럼 잠깐 보이고 마는 그런 장면뿐이겠지.

 

-방금, 뭐였지?

-이제 조금 감이 잡히셨나요? 이서인씨에게 보이진 않겠지만 지금 액자에 물컵 조각이 채워졌습니다. 서인 씨, 계속해서 남은 단서를 찾아 이 방의 비밀을 풀어주세요그럼, 이만.

 

뚜- 뚜- 뚜- 뚜-

안내원은 자기 할 말을 하고는 이내 통화를 끊었다.

다른 걸 물어볼 틈도 없이 그냥 가버리네... 보통은 여기서 질문 할 거 없냐고 말한 다음에 끊지 않아? 영화에서는 그렇던데.

 어이가 없었다.


.

.

.

 

-도대체가..

 

나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곰곰이 되짚어보았다.


-그러니까, 여긴 어디고.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건데?

 

시간이 흘러도 답이 안 나는 상황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으면 아까처럼 뭔가 보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괜한 생각이었나보다. 

방금처럼 뭔가 보이는 건 없었다.

 

그런데 이 방, 왠지 낯설지 않다.

전에 한 번 와본 적이 있던가?


나는 이 방을 천천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물웅덩이였다.



 

스토리텔러 : 최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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